내 손으로 조립하는 여행 기념품
아, 기념품… 언제든 행복한 그곳, 간절히 가보고 싶은 그곳으로 우릴 데려다줄 작은 타임머신! 이론의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기념품만큼 우리의 마음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어쩌면 그건 우리 인간 종족이 애초에 수렵채집인으로 태어난 탓에 뭐든 모으기를 좋아해서이거나… 아니면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함께 나누기를 태생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오늘날 기념품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아마 그와 무관치는 않을 듯. 우리의 타고난 본능을 살살 건드리는 데다가 관광지에 대한 입소문 광고로도 이만한 것이 없을 터이니.
기념품을 의미하는 수베니어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의 수브베뇨(‘마음 속에 떠오르다’)에서 유래했으며, 원래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 있어 간직할 만하고 볼 때마다 특정한 장소나 감정을 회상케 하는 물건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념품은 언제부터 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비록 고대의 세계에도 기념품이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형태의 기념품 모으기는 17세기에 독일에서 ‘Wunderkammer’, 즉 어디선가 찾아내거나 만들어낸 온갖 것이 들어 있는 ‘호기심의 캐비닛’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박물관의 전신이라고나 할까? 또한 그 후로도 그랜드 투어 모험가들이 유럽을 여행하며 모은 온갖 축소판 복제품들을 고향으로 가져갔는데, 그런 것들도 다 기념품이 아니겠는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기념품의 특성은 지난 몇 년간 레고 아키텍처의 대상물이 피사의 사탑, 부르즈 할리파, 빅벤 등의 국지적인 유명 관광지로부터 도시의 전경을 재현하는 형태로 변모해왔다는 사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결국 아름다운 기억을 최대한 많이 이끌어내는 것이 기념품 본연의 역할일 터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