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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캄 어사일럼™ 가이드 투어

    아캄 어사일럼™ 가이드 투어

    투어에 나설 준비가 되었나요? 훌륭해요.

    곧 시작할 테니 잠시만요. 잘 아시다시피 어사일럼 투어를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고 있네요! 참가자들의 생존률이 거의 50%에 이를 정도라니까요.

    다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할게요. 언제든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지 마세요. 특히 염력으로 식물을 조종하는 듯이 보이는 초록색 여성이 손짓을 한다 싶으면 진짜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플래시 촬영도 절대 안 돼요. 우리 말 들으세요. 킬러 크록™을 놀라게 하면 좋지 않거든요.

    폰도 다 무음 모드로 바꾸시고요. 질문은 끝난 후에 받을게요. 화장실도 안 돼요. 어, 그거 껌인가요?

    오케이, 시작해봅시다.

    정신이상자 범죄자들을 위한 엘리자베스 아캄 어사일럼™은… 어… 오래 전에 지어졌어요. 그리고 그간 구조가 몇 차례 바뀌었는데, 수감자들이 건물의 구조를 끈질기게 바꾸는 습성들이 있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들어서도 2,953개의 레고® 부품을 이용해 어사일럼을 다시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는군요. 3개 층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었다죠.

    고담 시티™의 가장 악명 높은 악당들이 모두 머물고 있다 보니 어느덧 이 건물이 도시와 동의어가 되어버렸네요. 사실 말이지만, 아캄 어사일럼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툭하면 수감자들이 도망쳐나오는 장면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어찌 고담 시티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어요!

    예전에 어느 투어 참가자가 나한테 그러데요. 어사일럼 내부를 걷고 있노라니 유명한 수퍼 악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대다수의 악당이 여전히 시설 안에 감금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자, 여기는 지상층이에요. 아마도 가장 먼저 그래픽적으로 변형된 날개 조각상이 보일 걸요. 믿어주세요. 우리가 늘 깨끗하게 유지하려 애를 쓰지만, 공공기물 파손범들이 그럴수록 더 기승이라니까요. 자세한 얘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나를 따라서 엑스레이 스캐너부터 통과하시길…

    지상층의 감방은 모두 세 개인데, 왼쪽을 보면 베인™이 있을 거예요. 혹시 궁금해할까봐 말씀드리자면, 그의 뒤에 있는 초록색 물건은 개인용 독 공급장치랍니다. 그의 힘, 속도, 민첩성, 내구성을 크게 높여주죠. 왜 그걸 갖게 놔뒀냐고요? 워낙 공손하게 부탁을 하길래…

    그리고 오른쪽에는 허수아비™가 있을 거예요. 잠깐만요,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분명 거기 있었는데… 허! 걱정하실 거 없답니다. 투어를 계속하시죠!!

    그리고 지상층에 다목적 대회의실이 있는 거 보이시나요? 여기서 우리가 머그샷도 찍고, CCTV 영상도 살펴보고, 그냥 빈둥대기도 하고… 뭐 그런 곳이에요. 당부드리건대, ‘공포’ 버튼과 ‘감방 문 열기’ 버튼을 헷갈리지만 말아주세요. 세상에! 우리도 그런 실수를 몇 번 저질렀지 뭐예요!

    분위기상 뭔가 위험이 느껴지나요? 바람결에 뭔지 모를 웃음소리가 언뜻 들리나요? 예, 조금만 더 가면 가장 공포스러운 수감자인 조커™를 보게 될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말이죠. 그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그를 가둬 놓았거든요. 알아요. 그가 좋아하는 게 바로 대규모 탈옥을 획책하는 것이고, 한때 수퍼 악당 기지를 아캄 어사일럼 바로 밑에 만들기도 했다는 거… 아, 예, 여러분이 다들 그렇게 말하시니, 이 자를 다른 데로 옮기는 걸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이제 1층으로 올라가서 고담의 가장 괴짜스러운 말썽꾼들이 갇혀 있는 주 감방 블록으로 들어가보시죠. 노란색 배전반 뒤에 숨겨져 있는 레버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감방의 유리문을 동시에 열 수 있는데,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을 한꺼번에 내보내고 싶어할 때 이게 편리하답니다. 즉흥 댄스 파티를 벌이고 싶다든지, 뭐 그럴 때 있잖아요. 자, 누가 먼저 해보고 싶나요?!

    물론 유리라는 게 대다수의 교도소에서 사용하는 두께 30cm 이상의 문에 비해 좀 불안하긴 하죠. 하지만 철문이 우리의 아름다운 무드 보드하고 영 안 어울리는 걸요. 게다가 철창도 못 써요. 포이즌 아이비™가 그 틈 사이로 끊임없이 덩굴을 내보내서 간지럼을 태운다니까요. 그래서 유리로 할 수밖에 없어요.

    보세요. 포이즌 아이비™가 틈새를 통해 덩굴을 퍼뜨리는 방법을 찾아냈지 뭐예요.

    자, 보다시피 역사상 최고로 예측 불가하고 못된 악당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서 끊임없이 탈출을 획책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도 최상의 보안 조치를 강구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하나도 아니고 두 명의 경비원을 하이테크 감시탑에 배치하여 모든 상황을 상시 지켜보게 하고 있거든요. 물론 우리도 알고 있어요. 예전에 조커™가 마치 직원인 것처럼 변장을 하고 모두를 감쪽같이 속였다는 거! 그래서 이 두 명에게는 단단히 다짐을 받아냈답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악당이 아니라는 걸 약속하게 했죠.

    그리고 펭귄™에게는 두 마리의 정서지원동물을 허용했어요. 단, 조건을 하나 걸었죠. 그 동물들을 탈출에 사용하지 않기로요. 다시는!

    자, 이 방은 심리학자의 사무실이에요. 녹음 기계와 아주 편안한 라운지가 갖춰져 있는 게 보이시죠?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최근에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고담 시티에서 가장 하기 싫은 직무로 아캄 어사일럼의 심리학자가 일등이었다죠. 그래서 말인데, 누구든 우리와 함께 심리학자 일을 하고 싶다면 투어 중에 언제든지 저한테 알려주세요. 어, 농담 아니라니까요. 제발요. 내 생각엔 할리 퀸™이 영 자기 직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거든요.

    여기는 옥상이에요. 웁… 발 조심하세요… 서치라이트, 급수탑, 그리고 에어컨 장치가 보이시죠? 미스터 프리즈™ 때문에 이게 필요하거든요. 그의 말에 따르면, 온도를 영도 아래로 낮게 유지해야 자기의 농담이 쿨하게 나온다네요. 아울러 우리도 어사일럼의 수감자들이 시원하게 지내기를 바라고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놀거리는 수퍼 히어로 악당들이 누구한테 붙잡혔는지를 계속 상기시켜주는 것이에요.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게 기운을 돋워준다더라고요. 아니… 복수심을 돋워준다 그랬던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어쨌거나 우린 기회가 될 때마다 그걸 반복해서 알려줘요. 혹시 쓰레기통 안에 배트맨™ 만화가 들어 있지 않던가요? 나도 언젠가 9호라고 써 있는 걸 하나 본 적이 있거든요. 뭐에 쓸 데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배트맨, 로빈™, 배트우먼™에게는 우리가 무료 게스트 입장권을 제공한답니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수감자들을 놀려대고 있을 텐데… 아, 저기 있네요!

    물론 캣우먼™도 게스트 입장권을 달라고 요구를 해왔죠. 그런데 우리가 내부적으로 그녀가 선의 편인지 아닌지에 대해 합의를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안 주기로 했는데, 그럼에도 어쨌거나 늘 여기 나타나곤 하네요. 잠깐만요. 캣우먼도 수감자였던가요? 이따가 사무실로 돌아가서 서류를 살펴봐야겠어요…

    자, 여기는 지상층의 바깥쪽이에요. 고딕풍의 고담 시티 건축물과 함께 모듈식 조립 부품들이 보이시나요? 어사일럼을 레고 모듈러 건물 시리즈의 다른 어느 건물에도 갖다 붙일 수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알아요. 세계에서 가장 천재적인 범죄자들이 갇혀 있는 데다가 탈옥 사건도 자주 발생하는 이런 악명높은 곳을 부티크 호텔 같은 건물 옆에 갖다 붙인다는 결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었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수백만 번이나 일어났던 사건이 또 벌어질 확률이 기껏해야 얼마나 되겠어요.

    아, 여기 까다로운 고객이 하나 계시네요. 오, 농담이에요. 다들 까다롭죠. 하지만 리들러™는 진짜 장난 아니예요. 그를 잡아 가둬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신비롭고 혼란스러우며 진짜 짜증하는 방식으로 까다롭다니까요. 벌써 나도 몇 번이나 속아 넘어가서 열쇠를 넘겨주었는지… 게다가 매번 십자말풀이 수수께끼를 바닥에 남겨놓고 떠나버리잖아요!

    이제 안뜰을 구경해보실까요. 맞춤 제작된 호송용 밴에 실려 어사일럼으로 오는 새로운 수감자를 넓은 공간과 날개 달린 수호자가 환영해주는 곳이죠. 악당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트롤리와 아주 유용한 마취총도 여기선 필수랍니다. 그런데 수감자들이 보통 울타리에 스스로 구멍을 뚫고 떠나곤 하더라고요. 오, 지금 오른쪽에 보이는 저 자도 그러고 있는 거 같은데요!

    예, 모쪼록 오늘의 투어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게요. 아캄 어사일럼이 어째서 고담 시티의 악당들을 위한 곳으로 이토록 유명해졌는지, 이제 아시겠죠?

    지금 듣고 계신 경고음은 투어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흥미롭게도 투어를 끝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가급적… 어… 최대한 빨리요. 나라면, 걸음아 날 살려라고 뛸 거 같은데요.

    선물 가게를 통해서 나가세요. 예, 팁은 고맙게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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