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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자연사 박물관을 만든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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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아이콘 자연사 박물관의 디자인이 범상치 않은 이유? 크리스 맥베이에게 들어보아요

    레고® 아이콘 자연사 박물관(세트 10326)은 모듈러 건물 컬렉션의 세계에 최초로 등장한 박물관이에요. 게다가 브릭으로 재현된 전시 공간부터 두 개의 채광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장엄한 브라키오사우루스 골격과 온갖 보물들을 비추는 모습까지, 어디를 보나 보통의 물건은 아닌 걸요. 아무래도 뭔가 뒷이야기가 숨어 있을 듯한데요…

    그래서 우리가 레고 시니어 디자이너 크리스 맥베이를 붙잡고 이 박물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파헤쳐보기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할 얘기가 많았던 모양이더라고요. 올리브그린 톤의 색상부터 이 장엄한 모델의 탄생을 불러온 디자인 비화에 이르기까지! 자, 긴말 말고 직접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보시죠…

    말해주세요, 왜 자연사 박물관이죠?

    박물관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사실 한동안 아이디어 창고에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생각이 비슷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자연사 박물관이 가장 낫지 않겠냐고요. 무엇보다 지리학부터 고생물학까지 그 컨셉의 범위가 꽤나 넓잖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공룡은 꼭 넣어야 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죠. 키가 아주 커서 목이 2층까지 올라가는 녀석으로 말이에요. 사실 대다수의 공룡은 위보다는 옆으로 커요. 다만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예외였죠. 아니, 브릭-키오사우루스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거나 폭은 줄이면서 높이를 키우기에 제격이잖아요. 결국 박물관의 한 쪽에 이 녀석이 자리를 잡게 되었고, 층을 뚫고 올라와 2층까지 머리를 치켜올리는 모습이 나오게 된 것이에요.

    전체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도 좀 설명을…

    인근의 작은 박물관과 같은 느낌을 살리면서도 뭔가 유명한 듯한 모습으로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깊은 역사를 간직한 채로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박물관들 있잖아요. 그래서 이오니아풍의 기둥, 삼각형의 박공벽, 유럽 스타일의 아름다운 지붕 등의 디테일을 주로 사용하여 그런 느낌을 표현해봤어요. 그리고 첫 번째 회의 중에 폭을 스터드 48개 크기로 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게 어셈블리 스퀘어(세트 10255)와 같은 크기거든요. 실제로 스터드 48개 너비로 디자인된 모듈러 세트는 이 두 가지가 전부예요. 한편, 바닥 면적으로 따지자면 이 세트가 상당히 큰 편인데, 다 이유가 있어서랍니다. 거대한 건물의 느낌을 자아내야 했고, 여유 공간도 좀 필요했거든요.

    레고의 역사를 상징하는 물건들은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것인가요?

    자연사 박물관에 레고의 역사가 깃든 물건들을 넣기로 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어요. 추억거리와 이야기의 재료를 최대한 많이 담아내고 싶었거든요. 사람마다 자기의 주관에 따라 캐릭터와 스토리를 자유로이 해석할 여지를 주자는 것이죠. 그런 걸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다 미묘한 단서가 되거든요. 너무 자세한 얘기는 안 할게요. 미리 말해버리면 재미없으니까… 다만 이 글을 읽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아마 안 알려줘도 다 찾아낼 수 있을 걸요.

    색상 얘기도 해주세요. 올리브그린 말인데요. 어떤 생각으로 이런 색을 고른 건가요?

    올리브그린 컬러는 파리의 레스토랑(세트 10243) 이래로 거의 사용된 적이 없었는데, 이 건물의 전면에 적용해본 결과 뭔가 생동감이 돌고 재미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물론, 박물관의 기본 색상으로 올리브그린을 사용하자는 결정이 그냥 즉흥적으로 내려진 것은 아니에요. 세 가지의 색상을 상호 비교하고, 모듈러 시리즈의 다른 건물들과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전체적인 모양새의 조화를 점검하는 등 선별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았답니다. 결국 올리브그린을 바탕 삼아 연갈색과 암갈색으로 액센트를 주기로 결정이 내려졌어요.

    새로 개발된 부품이나 새로운 장식이 인쇄된 부품도 세트에 들어 있나요?

    새로운 부품은 넣지 않았어요. 부품 활용 측면에서 경제성을 좀 따졌거든요. 그래서 브라키오사우루스 골격의 갈빗대로 흰색 바나나를 사용하는 등 재활용을 많이 했죠. 단, 올리브그린 색상과 어울리게끔 기존 부품의 색깔을 바꾼 것들은 있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벚나무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A3 나뭇잎 부품을 흰색으로 바꿨는데, 효과가 괜찮더라고요.

    세트에 변기를 넣었던데요. 그게 모듈러 건물의 새로운 기준인가요?

    새로운 기준은 아니고요. 이를테면 무언의 합의라고나 할까요? 다들 모듈러 건물에 이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요? 모듈러 건물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자는 게 우리의 목표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박물관의 화장실은 중요하죠.

    그런데 통상의 모듈러 건물들과는 달리, 이 박물관은 완벽한 대칭이네요. 거기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시면…

    아, 이게 우리에겐 상당히 중요한 결정 사항이었어요. 실제로 박물관은 거의 다 대칭이잖아요. 그래서 유독 이것만 비대칭으로 만드는 건 옳지 않겠다 싶었어요. 다만 전면부의 장식에는 비대칭 요소를 집어넣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판단이 섰죠. 그래서 한쪽에는 나무를 심었고 다른 쪽에는 비계를 타고 창문을 닦는 작업자를 배치한 것이에요.

    이 세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나요?

    색상을 빼고 얘기하자면, 난 모듈러 건물에 벚나무를 넣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색을 그린 톤으로 바꾼 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건물과 대비되면서 눈에 확 띄는 나무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수종을 벚나무로 바꾸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활짝 핀 벚꽃의 모습을 연출해봤죠. 이것도 뭔가 이야기의 재료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잘 보시면 거리와 지붕 위에도 벚꽃이 떨어져 있을 거예요. 난 이렇게 심플한 표현 방식이 왠지 좋거든요.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 몇 가지 조립의 어려움을 해결했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이에요. 지붕이 좋은 예가 되겠는데요. 아주 얇잖아요.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조립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뭔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죠. 그래서 긴 장대 두 개를 가로 방향으로 붙여서 견고하게 만들어준 것이에요.

    그리고 끝으로, 박물관 밖에 서 있는 조각상들은 누구를 상징하나요?

    그건 전적으로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게요! 사실 말이지만, 그 조각상 컨셉은 스케치 단계부터 완성될 때까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거든요(비록 머리 장식과 지팡이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요). 어떤 특정한 신화와 연관된 건 없어요. 혹시 모르죠. 어쩌면 그 두 캐릭터가 모듈러 거리의 창시자일지도? 상상으로야 뭐든 안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