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OL 그레이스와의 인터뷰

그레이스

내 이름은 그레이스이고, 여성의 명칭을 사용해요. 트랜스젠더이자 퀴어이고요. 나는 십대 시절부터 내가 양성애자/범성애자라는 걸 알았으나,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트랜스젠더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트랜스젠더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그게 나라는 걸 깨달았죠. 내 인생이 만일 한 무더기의 레고® 브릭을 갖고 태어나서는 그걸로 뭔가 세트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침내 설명서를 보게 된 셈이에요. 그리고 그제서야 왜 내가 이런 부품들을 갖고 있는 것이며 왜 이런 식으로 조립을 해야만 했던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죠.<br>

나는 성인이 된 후에야 레고 무비에 관심이 많던 두 딸 덕에 레고 브릭 조립 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들 레고 놀이를 정말 좋아했죠. 과거에 나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상황에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함께 레고 모델을 조립하는 것이었어요. 다만 아이들이 밤에 잠자리에 든 후에도 나는 레고 브릭을 조립하기를 계속했죠. 그러다가 그게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전략이자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거예요.

AFOL LGBTQIA+ 공동체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세요. 그룹의 일원이 됨으로 인해 얻은 것이 무언가요?

많은 경우에 LGBTQIA+ 사람들은 커밍아웃을 하거나 퀴어임을 밝힌다는 것이 과하게 성도착적이거나 개인적인 문제를 쓸데없이 공유한다는 느낌을 갖게 마련이에요.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기본 프로그래밍(즉, 모든 사람이 이성애자)에 익숙해져 있을 뿐인 거죠. 정작 LGBTQIA+ 사람들은 아무 것도 잘못하는 게 없는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안전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이 정말로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눈치 안 보고 자신을 드러내보일 수 있으니까요.

트랜스젠더로서 나는 전 세계적으로 언론 매체에서 우리에 대한 오해와 혐오감을 내비치는 경우를 흔히 보며,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힘들 때가 많아요. 나는 종종 대중 사이에서 겁을 먹거나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런 점에서도 안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요. 친구와 동맹자들을 찾을 수 있는 멋진 곳이죠.

나는 내 삶의 체험이 표현된 레고 조각 작품을 많이 만들며, 그 중에는 퀴어의 느낌이 담긴 레고 미술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요. 내 작품을 마음놓고 보여주고 실제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LGBTQIA+ AFOL(레고 성인 팬) 공동체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작품을 공개적으로 전시할 수도 있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낼 수 있고, 은근히 또는 드러나게 편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대처할 수도 있다는 게 좋잖아요.

LGBTQIA+ 공동체를 지원함에 있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기업이 거창한 성소수자 행사와 퍼레이드를 후원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눈에 띄는 대형 이벤트를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정작 중요한 건 세세한 데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선 직원들과 퀴어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야말로 안전과 포용성의 느낌을 주거나 깨뜨리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말이죠. 성소수자의 주간에는 내가 퀴어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지만, 나머지 51주 동안에는 어쩌냐는 것이에요. 그 기간 동안에도 기업이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누군가의 비즈니스 모델 또는 일반적인 고객의 모습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해요. 나는 성을 바꾸면서 경력 기록을 모두 삭제당했어요. 전 고용주들이 아무도 나를 지금의 나로 보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내 과거 이름을 검색하면 수천 가지 경력이 나타나는 반면, 새 이름으로 찾아보면 한두 가지밖에는 없어요. 이런 마당에 회사의 포용성과 이해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또 나는 기업이 LGBTQIA+ 사람들의 기본적 인권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당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개 개인으로서 나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겠지만, 기업은 훨씬 큰 힘과 영향력을 갖고 있잖아요. 많은 회사에서 우리를 위해 힘을 좀 써주면 좋겠어요. 우리가 힘들게 싸우는 대신 레고 세트를 즐길 수 있게 말이에요.

자기 표현의 도구로 창의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렴풋이밖에 못 느끼는 것들을 보고 공유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세계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딱 집어 말하기 모호한 경험, 감정, 두려움, 열정 등의 온갖 관념을 공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즉, 뭔가 느낌에 불과한 것을 가시적인 미술품으로 만들어내서 누구나 글자 그대로 집어들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작품활동의 목표라 할 수 있어요. 나는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나와 같은 느낌을 갖기를 바래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머리 속에서 살고 있어요. 누구나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이야 수백 수천 명에 이르겠지만, 실상 진정으로 알게 되는 사람은 평생 아마 십여 명에 불과할 걸요. 나는 사람들을 잠시 멈추게 하고 내 마음과 내 삶 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게 만들고 싶어요. 체면치레와 장벽 따위를 뚫고 내 삶의 가장 깊숙한 경험으로 이어지는 직행 통로를 열어주고 싶다는 것이죠.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분명 강렬한 느낌이 들 것이며, 그로 인해 공감이 형성되고 보는 이의 세계관이 넓어진다면 더없이 좋겠어요.<br>

올해 성소수자의 달을 어디서 어떻게 경축할 계획인가요? 성소수자의 달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지원해왔어요. 다만 팬데믹과 이사 문제로 인해 올해는 평년처럼 성소수자 기념 행사를 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대신 아마도 가까운 친구들과 레고 공동체를 중심으로 가상 기념 행사를 하게 되겠죠. 내 파트너도 지역 성소수자 그룹에 여러모로 관여하고 있으므로 아마도 함께 현지 온라인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이웃들과 작은 선물도 주고받고, 뭐 그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