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OL 브레와의 인터뷰

브레

내 이름은 브레이고, 여성이며, 평생을 레고® 팬으로 살아왔어요. 초등 저학년 시절에 ‘모험가’라는 레고 세트를 처음 갖게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부모님이 더 이상 레고를 사주려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게다가 그동안 내가 애써 모아놓은 것들을 없애버리려 하셨죠. “아이들이나 갖고 노는 것”이란 이유로요. 물론 부모님을 탓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당시 친구들 중 누구도 더 이상 레고 브릭을 갖고 놀지 않았을 뿐더러, 나부터도 거의 모든 시간을 스포츠에 바쳤으니까요. 내 인생의 ‘암흑 시대’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육상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던 무렵에 지금의 아내인 제시를 만났죠. 그런데 장부모님께서는 그때까지도 제시에게 레고 세트를 계속 사주셨고, 제시도 상당한 양의 컬렉션을 모아놓았더라고요. 게다가 우연인지 의도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제2의 기숙사 방을 얻어가지고는 레고 전용실로 사용하고 있었어요.<br>

그후 2015년에 난 동물학 학사를 받아 졸업을 했고, 아내와 함께 다른 도시로 이사를 했어요. 당시 나는 동물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다른 직업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예 사고의 틀 자체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며, 결국 레고 브랜드 소매점에 브릭 전문가로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친구를 하나 만나 AFOL(레고 성인 팬) 공동체를 알게 되었죠. 그런 게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니까요. 그렇게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BrickCon에도 가게 되었으며,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관여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취미도 살리고 MOC(My Own Creation) 전시 활동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은 Bricklink 매장을 열게 되었으며, 마침내 The Brothers Brick의 기고자 겸 BrickCon의 자원봉사 코디네이터가 되기에 이르러요. 사실 다 열거하자면 이루 말할 수 없죠. 몇몇 다른 LUG(레고 사용자 그룹)에도 가입했을 뿐 아니라, LGBTQIA+ AFOL을 위한 클럽으로 유명하고 국내외적으로 빠르게 인기 상승 중인 FabuLUG의 핵심 창립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으니까요.

AFOL LGBTQIA+ 공동체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세요. 그룹의 일원이 됨으로 인해 어떤 걸 얻으셨나요?

AFOL 공동체에 가입한 후로 수많은 AFOL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더욱 놀라웠던 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LGBTQIA+ AFOL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이 도시의 분위기는 LGBTQIA+ 공동체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며, LUG와 BrickCon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LGBTQIA + AFOL이 정말 많아요. 또한 LGBTQIA+가 아닌 AFOL 그룹의 사람들도 거의 모두가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주고요. 이렇게 다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정말 축복이죠. 한마디로 가족같아요.

LGBTQIA+ 공동체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대기업마다 의당 사회적 변화와 여론의 방향을 이끌기 위한 정책 같은 것들을 두고 있을 텐데요. 그런 측면에서 레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인기 높은 회사답게 LGBTQIA+ 사람들을 지원함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가 되었든, 누구를 좋아하든, 피부색이 어떻든, 세상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메시지가 회사의 지원 활동에서 드러나 보이잖아요.

창의력을 자기 표현의 도구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창의력이 나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로 커요. 나는 글쓰기, 미술작품 만들기, 놀기, 음악 듣기 등을 즐기며, 레고 브릭 조립하기도 당연히 좋아해요. 내가 만드는 모든 것은 나의 일부이며, 내 작품을 보면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br>

올해 성소수자의 달 기념행사는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할 생각인가요? 성소수자의 달이 자신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종전까지 우리는 각자 자기가 사는 곳에서 성소수자의 달을 경축하는 행사를 벌여 왔어요. 연례 퍼레이드는 전 세계의 LGBTQIA+ 멤버들에게 메카 순례와 같은 의미를 띠고 있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COVID 때문에 즐거움이 좀 줄어들었네요. 올해의 기념 행사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프라이드는 변함없이 중요하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동료애에 대해 감사를 드려요. 이번 기념행사는, 글쎄요, FabuLUG 줌 미팅을 개최하든지, 아니면 소규모로 모임을 갖든지... 어떻게든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