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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블로오오옥…”

동작도 느리고 머리 회전도 느린 좀비는 겉보기에 약간 무서워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누구에게도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아요. 좀비는 TV를 보다가 잠이 드는 것에서부터 식품점에서 줄을 서 기다리거나 블록을 겹쳐 쌓아 완벽하게 평평하고 전혀 특징 없는 벽을 수 킬로미터 길이로 만드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이 느릿느릿하고 생각이 없으며 반복적이에요.

좀비는 방해를 받더라도 잠시 당신을 멍하니 바라볼 뿐, 방금 하던 일을 다시 계속할 거에요. 만일 그의 앞에 장애물을 놓아두면 누군가 방향을 틀어 줄 때까지 계속해서 장애물을 들이받을 것이고요. 좀비를 들어 올려 새로운 곳으로 옮겨 놓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서 뭔가 또 일을 시작하겠지요. 좀비가 의욕을 보이는 유일한 대상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칠면조 다리뿐이랍니다. 그것을 좀비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세요. 아마 팔을 앞으로 뻗친 채 세상 끝까지라도 따라올 거에요.